여보, 축의금을 얼마나 하면 좋을까?

2013년 3월 13일
글 : 장요셉 (사회복지 석사과정)

지인으로 부터 청첩장를 받게 되면 축하의 마음과 더불어 한가지 고민이 생깁니다. ‘과연 축의금을 얼마나 하는것이 적절한가’ 입니다. 청첩장을 받는 순간부터 이정도면 적당하겠지 하는 금액의 수준에 다다를 때까지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은 서로 밀고 당기기를 진행합니다. 가령 청첩장을 건넨 사람과의 친밀도, 과거 거래 (?) 경험, 현재 호주머니 사정 등등 많은 사실관계들을 토대로 수학 공식에도 없는 생각의 조합을 시도하고 마지막으로 정한 액수가 적절한지 주변인들에게 자문을 구하기까지 합니다. 따라서 아주 친밀한 사람으로 부터의 초대라 할지라도 딱히 정해 놓은 기준이 없다보니 심지어 축의금을 건네고 나서도 좀 더 넣을껄 그랬나 하는 생각에 종종 마음이 개운치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쨌든 축의금액에 대한 최종 생각의 타협점은 아마도 “이 정도면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서로 체면이 서겠지”가 아닐까 합니다. 축의금이라는 것이 너무 과해도 혹은 부족해서도 안되기 때문이겠지요. 이렇듯 한가지 상황에 우리는 여러가지 생각으로 반응을 시작하고 최종 행동으로 구체화 시킵니다. 정신 건강 치료에 많이 쓰이는 방법 중 인지행동치료 (Cognitive Behaviour Therapy)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치료법은 주변 상황을 받아 들이는 생각 (Thought)가 우리의 감정 (Feeling)을 자극하고 감정의 자극이 행동 (Behaviour)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논리에서 출발합니다. 우울증을 일례로 들어 보겠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어제까지 꼭 마무리 하려던 일이 떠오릅니다. ‘난 왜 이리 못났지? 되는 일도 하나 없고…’라고 생각 (Thought)을 합니다. 곧이어 우울한 감정이 생기고 의욕도 사라집니다 (Feeling). 그리고 뒤이어 큰 한숨과 함께 이불을 더 깊숙히 뒤집어 쓰고 한동안 침대에 누워 있게 되는 행동 (Behaviour)으로 이어집니다. 문제는 생각-감정-행동으로 이어지는 이러한 순차적 반응만이 아니라 이러한 반응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순환적 반응으로 확장되기 쉽다는데 있습니다. 즉 순차적 반응이 끊임없는 반복으로 재생산되고 확대된다는 것입니다. 침대에 오래 누워 있다 보니 부정적 생각에 더 깊이 빠지게 되고 이는 더 우울한 감정으로 이어지고, 마치 주먹만한 눈덩이가 언덕을 내려오며 감당키 어려운 크기의 눈덩이로 부풀어 오르듯 우리의 정신 건강에 더 큰 이상을 초래하는 악순환을 불러 일으키기 쉽습니다. 인지행동치료는 이러한 순차적 그리고 순환적 관계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데 있습니다. 바로 ‘변화’라는 방법을 채택합니다. 현재 스스로 지닌 생각이나 행동에 작지만 직접적인 변화를 시작하는 것으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긍정의 힘이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줄 수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상황에서 가장 쉬운 방법은 아마도 침대에서 일어나는 행동의 변화 일 수 있겠습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근사한 아침 식사를 하거나 지인과의 차한잔 또는 짧은 거리의 산책을 하게 되면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은 현재 진행형의 행동에 집중을 하게 되고 그만큼 부정적 생각이 자리잡을 틈이 좁아지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인지행동치료법은 오랜 기간의 연구과 적용을 통해 정신 건강 분야에서 가장 유용하게 사용되는 치료법으로 발전되어 왔습니다. 또한 우리 일상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서적에서도 많이 소개된 편입니다. 미국인 작가 존 하리차란은 ‘행복한 멈춤 (Power Pause)’라는 책을 통해 이러한 인지행동치료와 같은 맥락의 행동 변화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정신건강의 핵심은 바로 스스로의 ‘행복’ 입니다. 그러나 생각의 습관에 따라 행동도 달라질 수 있고 반대로 행동에 따라 생각의 습관이 바뀔 수 도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과 행동의 중간에 위치한 우리의 감정이 바로 행복의 바로 미터가 되고 정신 건강의 중심에 서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따라서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자 각자 자신의 정신 건강 관리법을 계발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