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말과 행동, 무엇이 더 중요할까?

오랫동안 상담 일을 해 왔다. 심리 상담이나 치료를 직업으로 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이 묻는 게 있다. “어떻게 듣기만 해요?” 또는 “무척 힘드시죠?” 등이다. 그들은 내가 듣고 주기만 하는 줄로 알고 있다. 그들이 상상하는 것과 달리 상담실 안에서는 여러 일이 일어난다. 나는 듣고 조언을 주는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피상담자들이 나의 상처를 달래주는 경우도 많다. 말을 하지도 않았는데 나의 상황을 알고 있다는 듯이 따스한 말을 건네기도 한다. 때로는 그들에게서 배우기도 한다. 피상담자의 말을 잘 들어보면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경우가 종종 있다. 가끔가다 그들에게 상담 중에 무엇이 도움이 되었나 물어본다. 내 딴에는 현재 유행하는 이론이나 유명한 사람의 말을 전하면 그들이 좋아하고 기억할 줄 알았다. 실망스럽게도 대부분의 피상담자는 한두 달은 제쳐놓고 한두 주 전의 내용도 기억을 못한다. 하지만 그들은 상담을 하면서 느꼈던 나의 일관성있는 태도가 제일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일년 전의 만난 피상담자가 생각난다. 그는 감기 때문에 상담을 취소하려고 했는데, 나는 그냥 오라고 했다. 그는 상담 관계를 끝마칠 즈음 가장 감동받았던 순간이 상담을 취소하지 말고 오라고 했을 때였다 한다. 감염 때문에 상담시간을 줄이거나 취소하는 세상에서 나의 제안이 너무 가슴에 와 닿는다고 고마워했다. 어떤 피상담자는 상담 중에 생일 축하한다고 했을 때 너무 고마웠다고 시간이 지나 나에게 전해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이해하려고 하는 태도가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외로울 때 거부하지 않고 옆에 있어 주는 사람이 상처를 치유하는 데 가장 도움이 되었나 보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은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따지고 보면 현명한 말보다도 따스한 행동이 관계를 맺는 데 또는 아픔을 달래는 데 더 강한 영향을 남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좋은 관계를 만드는 데 늘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피상담자를 있는 그대로 보는 데 실패한 경우도 있다. 10 년도 지난 일이 생각난다. 한 남자가 과거에 저지른 일을 고백했다. 피해자가 당했을 고통을 상상하며 얼굴을 찌푸렸나 보다. 그 순간 그는 하던 얘기를 멈추면서 나한테 “Are you judging me?”라고 묻는다. “당신 잣대로 나를 재는 겁니까?”라고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들켜서 그랬는지 침을 꼴깍 삼켰다. 그의 차가운 얼굴을 보며 몇 번씩이나 아니라고 얘기했다. 그 후로는 그를 보지 못했다. 최근에는 내가 하는 일에 종종 만족을 느낀다. 그럴 때마다 나는 예전에 만났던 피상담자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그들은 내가 힘들 때 같이 있어 주었고 믿고 따라왔다. 그러한 그들의 존재가 내가 과거의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아름다운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도와줬다고 믿는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피상담자들과 인생이란 여정의 동반자로서 계속 주고받는 관계를 발전시킬 생각이다. 물론 상담실 안에서 국한하겠지만 말이다. 잘 주고받을 수 있는 능력은 과거의 상처로부터 치유의 길로 들어서게 하고 온전한 사람으로 나아가게 하는 역할을 한다. 치유의 말과 행동, 무엇이 더 중요할까? 말과 행동이 일치하면 좋겠지만 내가 보여주는 행동에 최소한의 신경은 써야겠다.

 

새움터 회원 정인화 (심리 상담사, 심리 치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