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의 소중함

몇년동안 같은 모임에서 친하게 지내던 지인이 새로운 삶을 위해 뉴질랜드를 떠났다. 물론 떠날 준비를 한다는 것을 알고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말도 했고, 몇달 후 떠난다는 소식을 접하고 진심으로 축하를 하였지만, 웬지 가득 남은 서운한 마음이 딸 아이를 보러가는 여행길에 한동안 자리잡고 있었다. 

문득 뉴질랜드로의 이민 결정을 시댁 식구들에게 전달하던 때가 떠 올랐다. 일년이 넘도록 망설이다가 시작한 이민 수속이 거의 막바지에 다달아서, 정말 마지막 결정을 해야했고, 그 과정에서 시부모님께 알리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였다. 갑작스런 큰아들네의 이민 소식에 시어른들은 충격에 빠졌고, 배신감에 화를 내는 시누이들, 아무말도 못하는 시동생들, 그 와중에도 사이좋게 잘 지내던 동서들과 서운함으로 울먹였던 기억이 새롭다.

그때 나도 한국을 떠나는 것이, 가족들을 남겨놓고 떠나는 것이 많이 서운하고 미안했다. 그렇지만, 한국과 정반대인 지구의 다른쪽으로 남편만 믿고 어린 세 아이들과 떠나야 한다는 중압감으로 남아있는 식구들의 마음을 헤아릴 여유가 없었다. 아니, 아직 철이 덜 들어 그들의 서운한 마음을 헤야릴줄 몰랐을 것이다. 그때 가족들의 마음이 지금의 내 마음이였을까?  

나만 그대로 남겨졌고, 그들은 내가 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나간다는 서운함 혹은 상실감!! 가족들과 친구들은 보내는 것이 서운하고, 그리울것을 생각하니 더욱 서운하였겠지만, 새로운 곳에서 꿈을 펼치며, 잘 살라고 축복해 주며, 자주 연락하며 곧 다시 만나자는 기약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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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오고 나서야,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흐른 다음에야 가까운 곳에 있을때 좀 더 자주 만나고 진심으로 이해해 주며 더 가깝게 지내지 못한 것을 후회했었다. 

나이가 들면서 후회하는 일 중의 하나는 지인들을 마음에서 떠나 보낸것이다. 젊었을 때야 친구와의 작은 다툼으로도 헤어지고, 사랑 싸움으로 남자 친구와의 헤여짐을 겪으면서도 잘 견뎌왔을 터이지만, 이제 사람과의 새로운 만남도 쉽지 않지만, 헤여짐은 더 힘들어지고 많은 후회가 남는다. 

이런 저런 이유로 만남을 자주 못하다가 연락이 끊긴 지인들이 마음에 남는다. 오랫동안 연락을 못하면서도 마음 속에 남아있는 사람이라면, 혹은 미안함이 남아있는 사람이라면 쑥쓰러운 생각이 들었을 때 먼저 손을 내밀었으면 좋은 인연을 놓치지 않았을텐데….  

내가 좀 더 너그럽게 대해 주었다면, 그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조금 더 잘 들어주었더라면, 그랬다면 내 곁에  좋은 친구들이 더 많이 남아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문득 더 외로워진다. 올해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고,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그리고 망설임없이 연락하여 밥한끼, 커피한잔을 할 수 있는 따뜻한 사람이 되기를 다짐해보며,  더 이상 후회하지 않게, 핑계와 망설임을 멈추고 생각나는 지인들께 문자라도 한번 보내야겠다.   


새움터 회원: 유 윤심 (정신과 간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