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12일
글: 유 윤심(정신과 간호사)
아들이 왜 갑자기 생각을 바꿔서 직장을 구하려고 인터뷰를 다녔는지 모른다. 아들은 짤막하게 “이제 때가 됐으니까”라고만 대답했다. 혹시라도 마음을 바꿀까봐 이력서 낼려고 생각한것만도 고맙다고 말하면서 결과를 기다릴수 밖에 없었던 나에게 합격 연락을 받은 날 아들은 한마디 더 했다. “엄마때문에 취직했다”고.
직장없는 아들을 걱정하며 끝없는 절망감에 빠지기도 했던 과정에서도 아들을 믿는 마음을 키우며 나를 지탱하게 해준 힘은 작은 딸 아이와의 경험이었다. 언니와 남동생 사이에 끼여서 마음 고생이 많았던 둘째는 몸도 약하고 까칠한 성격으로 어릴적부터 나를 무척이나 힘들게 하였다. 그러던 작은 딸 아이가 대학교 학자금 융자를 신청하기 직전, 대학을 가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여 집안을 홀딱 뒤집어 놓았다. 결국은 부모가 내주는 등록금과 강요와 회유로 간신히 등록을 마쳤던 딸 아이는 학교를 다닌지 일년 반만에 또 다시 집안을 뒤집어 놓았다. 물론 부모의 영향이 많았겠지만 본인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된 학과로 택하였던 것으로 믿고 있었는데, 딸아이는 다니는 학과가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 두겠다는 것이었다.
딸 아이는 처음부터 그 “과”에는 가고 싶지 않았지만, 싫다고 하면 엄마, 아빠가 화낼것이 두려웠기 때문에 할 수없이 선택하였다고 한다. 딸 아이는 나름대로 무엇을 해야할지 생각해 보았는지, 우선 한 학기는 일을 한 후, 진즉부터 관심이 있었던 코스를 그 다음 해에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코스는 비젼도 없어 보였고, 대학 졸업장과는 거리가 먼 일년짜리 코스였기에 나는 우선 낙담하였고, 까칠한 성격과 약한 몸으로 취직을 하여 돈을 벌겠다는 생각도 별 현실성이 없어 보였다. 이미 한 페이퍼가 성적 미달이였기에 딸 아이의 선택이 하고 있는 공부가 힘들기 때문에 포기하는것 같아 화가 났지만, 딸 아이를 대학만은 졸업시키겠다는 마음으로 몇 날, 며칠 설득과 강요를 하는 싸움을 하였다. 부모를 실망시키고 힘들게하는 딸아이에게 화나는 감정을 누르며 딸아이의 진로와 장래의 희망에 대하여 이야기를 들어 보아도 공감은 커녕 더욱 화만 날 뿐이었고, 이미 마음을 굳힌 딸 아이는 대화아닌 대화에 마음의 문을 더 꼭, 꼭 닫는것 같았다.
“자식 이기는 장사없다”는 옛말도 있듯이, 나는 딸 아이의 요구에 한가지 조건을 달아 승락할 수 밖에 없었다. 조건은 코스를 시작한후 그 코스가 딸아이가 생각했던 코스가 아니더라도, 흥미가 없더라도 중간에 그만두는 일 없이 무조건 그 코스를 마쳐야하며, 다시 대학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 생각으로는 흥미가 없어서, 힘들어서 포기하기를 계속한다면 딸 아이가 성취할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였고, 무슨 일이던 시작한 일은 끝까지 최선을 다 하는 것만은 가르키고 싶었다. 그리고 그때까지만 해도 대학에 대한 나의 집착을 버릴수가 없었다. 딸 아이는 그 조건이 불공평하다고 울고 불고하였지만 “네가 깊게 생각해 보았고, 이것이 정말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면 신념을 가지고 하면 되는것 아니냐”는 나의 대답에 자기가 원하는 코스를 하기위해서는 그 조건을 승락할 수 밖에 없었다. 딸 아이는 그 코스를 열심히 하였고, 졸업하여 관련된 직종에 취직을 하였지만 월급도 적었고 본인이 생각하였던 것과는 거리가 멀었던것 같다. 하지만, 본인이 원하는 것을 택하였기에 힘들었지만 일년동안 현장 경험을 한 후, 좀 더 나은 것을 찾기위해 다음 단계로 도전을 하였다.
딸아이게 조건을 걸어 원하는 공부를 하도록 지원해 줄때, 딸아이가 그 조건을 지킨다는 확신은 없었다. 단지 내가 곁에서 할 수 있었던 것은 딸 아이가 원하는 공부를, 일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막지 않았고, 힘들때 곁에 있어주며 기다려준 것 뿐이다. 딸 아이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았고, 원하는 일이였기에 힘든 것을 극복하며 일을 하고있다. 나는 엄마가 원했던 대학 졸업장은 얻지 못했지만 즐겁게 일하며 자존감도 찾은 딸아이게게 감사한다.
변화시켜야 할 일이 있을 때, 그렇게 해야하는 좋은 이유가 있다면 누구든지 스스로 변화시킬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좋은 결과를 얻기위해 부모가 할 일은 이 동기와 힘을 끄집어 낼 수 있게 도와주고, 이 변화에 다가갈수 있게 목적을 가지고 (Purposefully), 존중하면서 (Respectfully), 조용히 (Quietly) 인도하는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