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장애(Ⅱ)

2014.4.23
글쓴이: 임애자(사회복지사)

 

불면증이 계속되면서 일상생활에 있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자, 결국 전문적인 치료를 받기 위해 상담실을 찾았습니다. 상담 전 저는 잠들지 못하는 이유가 오직 환경적인 요인에만 있다고 생각했지만 상담과정에서 잠들지 못하는 데에는 내면의 문제가 더 크게 자리잡고 있음을 발견하였습니다. 그 중 가장 큰 원인은 빈 둥지증후군 (Empty nest Syndrome)이었습니다. 이는 중년의 주부가 자기정체성 상실을 느끼는 심리적 현상으로, 가족들이 다 떠난 빈 둥지를 혼자 지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외로움, 허전함, 상실감을 느끼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오래 전 뉴질랜드로 오는 과정에서, 저의 아이들은 아무런 선택권도 갖지 못한 채 갑자기 낯선 땅에 오게 되었고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 아이들이 성장하여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선택을 하였고, 그들의 선택을 인정 할 수 밖에 없는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한 아이는 오래 전 한국으로 떠났고 남은 한 아이도 작년 10월에 한국으로 떠나고 말았습니다. 이후 저는 자식들이 떠난 둥지에 혼자 남겨진 듯한 외로움을 느꼈고 상실감, 슬픔, 죄책감, 걱정과 두려움 때문에 쉽게 잠들지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상담을 통해 마음속 깊은 곳의 문제들을 확인하고, 상담 선생님과의 만남을 통해 수면을 방해하는 복합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나갔습니다.

 

수면장애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한 방법 중 하나는 바로 규칙적인 운동이었습니다.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늘 해왔지만 게으름 때문에 오랫동안 실천을 못하였는데, 상황이 절박해서인지 ‘이번 기회에 해보자’ 하는 긍정적인 마음이 바로 생겨났습니다. 가능하면 저녁식사를 일찍 끝내고 무조건 밖으로 나가 동네를 걸었고, 한달 여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을 하니 어느새 운동은 습관이 되어있었습니다. 또한 집에 도착하면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움츠렸던 몸의 근육을 풀어준 후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잠자리에 누우면 몸이 무거워 옆으로 눕는 것조차 힘들고, 똑바로 누우면 숨쉬는 것이 편하지 않아 뒤척이다 한 밤중에 잠에서 깨어나던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느낌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실행한 방법은 잠이 쉽게 오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었습니다. 밤 중에 깨어나 잠이 다시 오지 않으면 컴퓨터를 키거나 텔레비전을 보았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잠은 달아나 그대로 아침을 맞이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이러한 악순환을 극복하기 위해, 9시 이후로는 절대 TV 보지 않기, 컴퓨터 하지 않기, 전화 통화 하지 않기 등 계획을 세웠습니다. 가능한 한 거실을 어둡게 하고 가볍게 몸을 움직여 주면서 잠이 오기를 기다리는 연습을 아주 많이 하였습니다. 일시적인 도움밖에 되지 못하는 술을 마시기 보다는, 잠을 잘 자게 하는 멜라토닌 성분이 함유된 우유를 저녁에 한잔씩 마시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매일 잠이 오기 쉬운 환경과 습관을 만들어 놓으니 저의 biological clock이 제대로 작동 하기 시작했고, 잠들지 못한 채 거실에 앉아있는 시간이 점점 짧아졌습니다.

 

수면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마지막 노력은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는 것이었습니다. 정신적으로 저를 편안하게 해 줄 시간을 가지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늘 바쁘다는 핑계로 가지 못했던 여행을 떠났습니다. 친한 친구들에게 하루라도 멀리 떠나자고 일상의 탈출을 제안했고, 갑작스러운 제안에 친구들은 당황한 눈치였지만 선뜻 동행해주었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아름다운 공원과 바닷가를 거닐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웃고 떠들다 보니 몸도 마음도 가벼워졌습니다. 솔직하게 마음속에 있는 외로움도 나누고 창피한 제 자신을 드러내 보이며 밤새 이야기를 하다 보니 친구들 역시 나와 같은 문제를 경험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지금도 일상생활에서 오는 도전들을 이겨내는 모습들을 보면서 위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정상적인 수면을 위한 계획들은 간단해 보였지만 생활 속 작은 습관들을 바꾸는 일은 예상 외로 매우 힘들었습니다. 즐겨보던 한국드라마의 다음편도 궁금했고, 저녁 운동을 가기 싫었던 순간도 많았습니다. 계획대로 지켜지지 않을 때는 스스로를 비난하기도 했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다 보니 잠자는 시간도 질적으로 매우 좋아졌고, 혈액검사도 정상수치로 돌아갔습니다. 밤에 들려오는 소음도 이제는 적응이 되어서인지 잠자는데 그리 큰 문제는 되지 않고 있습니다. 몸무게도 줄어들었고, 스스로 건강해진 기분을 느끼자 예전보다 자신감이 생겨 가슴을 활짝 펴고 걷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혹시 지금도 밤에 잠을 못 이루시는 분들을 위하여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제 경험을 나눠봅니다. 잠들지 못하는 원인을 잘 생각해보고, 작은 계획이라도 꾸준히 실천하시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