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가 안 돼(?)    

2013년 6월 25일
글쓴이 : 임 애자 (사회복지사)

일을 하다 보면 가끔 사춘기 자녀를 가진 부모님과 이야기 할 기회가 있다. 그들의 여러 가지 고충들을 듣고 있노라면 이민 사회에서 아이들에게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서 알게 되고 그 부모들이 겪는 어려움을 이해하게 된다. 때로는 부모들의 고충 보다는 오히려 가치관의 충돌 혹은 문화적 충돌 때문에 힘들어 하는 자녀들의 고충을 간접적으로 더 깊게 이해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 사회 속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싶어도 조건, 시기, 역량 등 주어진 환경의 제약 때문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세대를 우리는 흔히 “끼인 세대”라 하는데 이민 사회에서 불리는 “1.5세대”는 어쩌면 이런 “끼인 세대” 범주에 속한 것이 아닌가 싶다. 현재 우리 아이들이 무슨 일을 하든 심리적으로 혼란을 경험하는 경우가 부모님들 세대 보다 훨씬 많을 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라고 있다고 보여진다.

 

부모들이 아이들의 처한 환경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부모님 따라 이 낯 선 곳에서 이중문화를 겪으면서 경험하는 혼란들은 부모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우리 부모들이 얼마나 아이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는지 생각해 보면 여러 가지 이유로 충분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집에서 혹은 학교에서 경험하는 가치관과 문화적 충돌 때문에 겪는 많은 혼란들을 묵묵히 버티어 준 아이들도 있지만 그 힘겨움을 감당하지 못하여 생길 수 있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학업에 집중 할 수 없고 부모나 친구들과의 관계도 소원하여 혼자서 외롭게 무너져 가는 우리 아이들이 의외로 많이 있음을 발견한다. 부모님 말씀 잘 따르고 말없이 공부 열심히 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부모들은 생각할 지 모르지만 침묵 속에서 아이들의 내면은 자기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나누는 소통의 방법들을 간절히 원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하지만 부모와 자녀간에 갈등이 있어 원인을 물어 보면 대부분 “대화가 안 된다”고 한마디로 잘라 말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부모들이 자기들이 처한 입장, 환경, 가치관, 문화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려고 귀 기울이지 않거나 본인들과의 눈 높이를 맞추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이 될 때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 부모들의 보통 생각은 이민 사회 속에서 가족을 위하여 열심히 일하다 보면 아이들이 이해하겠지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많이 우리 아이들을 사랑하는지 말 하지 않아도 알겠지 란 생각에 사랑한다는 표현도 쑥스러워서 하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인 부모님들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상명하복의 문화에 익숙하고 “침묵이 금이다”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부모 세대는 서구식 자유로운 의사소통의 방법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녀들 하고 대화할 때 대화의 패턴을 스스로 돌아다 보면 어떤 것들이 잘못 되었는지 조금씩 이해되기도 한다. 필자의 경우에도 아이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기도 전에 이미 충고하기 시작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도덕적인 기준을 먼저 제시하고 아니면 나의 경험들을 앞서 얘기하면서 결국은 내가 원하는 결론을 유도한다. 심지어는 내 뜻과 같지 않으면 화를 내거나 아이들에게 일종의 압력을 가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충분한 의사표현이 좋은 소통방법이라고 배운 우리 아이들에게는 이미 우리 부모들의 의사소통 법에 대해 이해하기 보다는 대화가 안 되는 상대로 결정한 것은 아닌가 싶다. 이제는 아이들과 대화를 시도 할 때 내 아이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전에 내가 먼저 소통하려는 대화의 틀을 바꿔야 되지 않나 한 번 더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 줄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는지 확인 한 후 아이들에게 대화하자고 먼저 손을 내밀어 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