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9일
글 : 임 애자 (사회복지사)
2006년 말 유방암 진단을 받고 그 동안 계획했던 사회 복지학 공부를 포기 해야 될 상황이 찾아왔다. 영어가 부족해 날이면 날마다 영어를 가지고 씨름하면서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기려는 시기에 이상증상이 발견되어 하루 빨리 수술해야 된다는 의사의 얘기를 듣고 나의 모든 삶의 희망은 무너지는 듯하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 여기서 모든 것을 멈추어야만 되는 것 같은 위기감은 나를 한 발짝도 못 나가게 나를 집에 가두어 버렸다.
매일 매일 울면서 내가 무엇을 위해 살아왔나 후회도 하고 남에게 잘못을 많이 하여 이런 병에 걸렸나 하는 자책감에 지난 날 잘못한 것을 애써 기억하며 용서를 많이 빌었다. 아마도 평생 회개해야 할 몫을 이 때 거의 다 한 것 같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나서 어느 날 사회 복지사 한 분이 소개를 받고 우리 집을 방문을 하였다. 여러 차례 상담 받는 동안 그 분은 나의 이야기를 들어 주시고 본인의 경험도 들려 주시면서 나의 마음에 눌려 있던 감정들을 끄집어 내면서 나의 분노, 슬픔, 두려움 등을 다스리게 이끌어 주었다. 마지막 만남에서 조심스럽게 내가 포기하려던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질문을 하면서 다시 한 번 생각을 해 보도록 권유하였다. 그 다음부터 나의 몸과 마음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놓고 달려 나가기 시작하였다. 여기서 끝이 아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무엇을 하려고 했었는지, 어떻게 이 위기감을 벗어 날 수 있는지, 이 진단명으로 내가 죽지 않는 한 계획했던 공부는 계속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결론을 낸 후 대학을 입학하기 위한 서류들을 하나씩 준비하기 시작하였다. 집안에만 있으면서 가족들로부터 나를 고립시키고 두렵고 좌절했던 마음이 서류를 준비하기 위해 집 밖으로 나와 학교도 찾아가고 사람들 만나면서 어느새 기분도 훨씬 가벼워 지는 것을 느꼈다. 내가 아프다는 사실도 잊어 버리고 돌아 다니다 보니 밤이면 피곤해서 인지 잠도 잘 오고 눈물을 흘릴 시간도 없이 하루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가 버렸다. 무엇보다도 나에게 뭔가 해야 할 희망이 생긴 것이 나의 삶의 활력소가 되었던 것 같았다. 갑자기 발생되었던 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앞을 바라 보지 못하고 슬픔에만 싸여 무언가를 시도 할 용기가 하나도 남지 않았을 때 그 사회 복지사 분께서 내가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를 깨닫게 하시고‘할 수 있다’라는 용기와 믿음을 전 해 준 것은 나의 인생을 바꿔 놓은 중요한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지금은 그 분의 이름조차도 기억을 할 수 없지만 나에게 준 용기는 늘 내가 어려움에 부딪쳤을 때마다 새롭게 일어 날 수 있는 희망을 심어 주어 지금까지 건강한 삶을 유지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현재의 어려움에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상황에서도 주위를 둘러 보면 반드시 도와 줄 수 있는, 함께 어려움을 나눌 수 있는, 나의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이 나의 곁에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나도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고 희망을 포기 하지 않도록 격려 해 주는 것이 내가 받은 감사를 되돌려 주는 것이 아닌가 하여 정신 건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배우고 경험하며 힘 찬 발걸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