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너 잘돼라고 그러는 거야

2014.9.24
장요셉 (새움터 회원/자유인)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은 여러 차례에 걸쳐 한국식 교육을 칭찬했습니다. 세계 최강국이라고 자부하는 미국이 학교교육에서 만큼은 한국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지요. 즉 한국이 다양한 경제 분야에서 이룩한 눈부신 성과와 세계적 위상은 한국식 교육에 근간한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러나 오래 전 산업화 시대를 거쳐 민주화 시대로 넘어온 지금에도 한국식 교육은 여전히 일류대학 진학만을 지상과제로 삼습니다. 모든 학부모들이 이러한 교육 현실을 참담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 그리고 할아버지의 재력’을 통한 자녀의 학업에 올인하고 있습니다. 즉 오바마 대통령이 그토록 칭찬하는 한국 교육의 동력은 국가적 정책이 아닌 부모의 교육열입니다. 한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한 사교육 학원의 괄목할 만한 성장은 현재 한국 교육의 현주소를 대변하는 듯 합니다.

 

1980년대까지 압축성장을 위해 내달리던 산업화 시대의 눈에 띠는 것 중 하나는 정부의 저출산 정책이었습니다. 출산률을 낮추기 위해 많은 정신계몽(?)용 표어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덮어 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잘 기른 딸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라는 표어들을 TV나 라디오, 일간지에서 자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저출산 정책에 적극 협조한 이 시대 부모들은 자녀의 수가 줄게 된 만큼 자녀들을 더 금쪽 같이 여기게 될 수 밖에 없었겠지요. 게다가 사회 생활을 해보니 일류 대학 졸업자들이 받는 사회적 대우를 직간접적으로 접한 부모들은 많아야 두명 밖에 안되는 자녀의 미래가 ‘일류대학 진학’ 여부에 달렸다고 스스로 믿을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너는 공부만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가라,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테니’라는 부모의 주장에 자녀의 적성이나 열정은 여전히 고려대상에 들어가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생각의 이면에는 좋은 대학에 입학하면 좋은 직장을 가지게 될 것이고 개인의 행복은 따라올 것이라는 단순한 논리를 적용합니다. 과연 부모의 생각과 아이들의 생각이 일치할까요? 특히나 이곳 뉴질랜드의 문화 속에서 훌쩍 자라버린 아이들과 영어 울렁증을 여전히 극복하지 못한 부모 사이에 괴리감은 어떤가요?

 

최근 청소년 건강과 웰빙 향상을 목적으로 2000, 2007년에 이어 2012년에 전국적인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1년 첫 번째 조사 후 지난 11년간 전반적인 청소년 건강과 웰빙은 긍정적인 발전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눈여겨 볼 점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였을 때 아직까지 미진한 청소년 건강 영역으로 비만, 십대임신 그리고 정신건강을 꼽았습니다.

 

부모 자식간 사고방식의 차이와 주위의 기대는 청소년들로 하여금 학업적 성취에 대한 스트레스를 가중시킵니다. 미국 콜럼비아 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학업 성취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청소년 불안장애, 우울증과 같은 각종 정신 질환을 야기 시키며 가출과 같은 일탈행위에서 자살이라는 극단적 행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합니다. 안타깝게도 현재 뉴질랜드 청소년 자살율을 OECD국가 중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자살원인으로는 청소년 정신 질환이 그 첫 번째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곳 뉴질랜드에서도 학업적 성취만을 강조하는 한국식 교육관을 가진 부모들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교육이 계층 상승 혹은 주류 편입의 수단이라는 믿음 때문이지요. 그러나 ‘다 너 잘돼라고 그러는 거야’라는 말로 포장한 부모의 바램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아이들을 병들게 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 새움터는 마누카우시와 공동 주최로 청소년 자녀를 가진 부모님들을 위해 오는 10 30 (목요일 ) 세미나를 개최합니다. 청소년기의 자녀를 이해하고 소통할 있는 방법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한국어로 진행하며 참가비는 무료입니다. 자세한 문의는 전화 021 121 4778 혹은 이메일 admin@saewoomtor.org.nz으로 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