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아주 특별한 사람으로 기억된다면…    

2013년 5월 14일
글 : 박 용란 (사회복지사)

토요일 오후 3시, 로버트할아버지댁에 도착할 때면, 그 분은 벌써 현관앞에 나와서 당신을 찾아 올 친구를 기다리신다. Nice to meet you…. 제 이름은… 할아버지는 함박웃음으로 환영하시고 손수 커피도 타 주신다. 처음 만남은 그렇게 해서 인사와 가족관계소개 등으로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넘어갔다. 다음주 그 시간, 멀리 와이헤케에 사는 둘째딸이 방문해 있었다. 그 친구는 딸 벨리와 가벼운 포옹으로 인사를 한다. 이때 조금의 지체도 없이 할아버지는 당신의 친구에게 포옹을 청한다. 얼마나 반가운지 까끌한 턱수염이 느껴지도록 얼굴을 부비며…

 

83세인 로버트할아버지는 임파선암이 꽤 심각하신 분이시다. 매주 월요일은 호스피스의 픽업서비스로 데이케어에서 하루를 보내시고, 화요일날은 홈케어 서포터가 방문해서 청소를, 수요일은 자원봉사자와 함께 쇼핑을 가시고, 목요일은 가까운 친구분들이 돌아가면서 방문해 주시고, 금요일은 격주에 한번씩 간호사가 방문하고 일요일은 온전히 쉬신다고 했다.

 

3년전 부인을 잃었고, 슬하에 2남 2녀를 두었고 두 아들은 못 본지 몇 년이나 되었고, 큰딸은 로토루아에 간호사로, 막내딸 벨리는 거의 일주일에 한번 꼴로 방문해서 식사준비며 아버지를 케어한다고 했다. 평생을 자식들을 위해 일하시고 술도 담배도 안 하시고 오로지 일벌레처럼 살아오신 정말 희생적인 아버지셨다. 1년 전까지도 운전을 하셔서 가까운 비치도 가시고 친구들과 점심도 했건만, 건강이 급격이 나빠지신 최근엔 자주 병원과 집을 오가고 있다고 하셨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음악을 좋아해서 음악 들으며 낱말 맞추기 등으로 소일을 하신다고 했다. 그 친구는 매주 토요일에 만날 로버트씨에게 어떤 대화로 그 분을 행복하게 해 드릴까? 일상적인 대화부터 과거의 행복한 순간들을 끄집어 낸다. 식사는 잘 챙겨 드셨는지? 따스하게 주무셨는지? 누가 안부전화를 해 왔는지? 할아버지 사진첩을 보면서 부인과는 어떻게 만나셨는지? 자녀들 어릴 적 이야기 꽃을 피울 때면 누가 뭐래도 자랑스러운 그들의 아버지의 모습을 보곤 했다.

 

매주 드라이브웨이에 나와 계시던 할아버지가 언제부터인지 집 안 창문에 기대어 친구를 기다립니다. 그 눈동자에는 그리움이 가득합니다. 집안으로 들어 설 때면 얼마나 반가운지 폭풍 포옹을 하십니다. 사실 처음엔 너무 당황스럽고 거북했는데, 그 분이 사람의 정이 그립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기꺼이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 토요일 같은 시각 친구는 할아버지를 방문했는데 아무리 노크를 해도 대답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갑작스런 어떤 일이 생기지 않았나 봅니다. 다녀간다는 노트를 남겨놓고 집에 와서 며칠을 꼬박 전화하고 또 코디선생님께도 연락해 놓습니다. 메모를 본 딸 벨리가 전화를 해 왔습니다. 병원에 입원을 하셨고 , 그날 그 시각 로버트할아버지가 병원 창 밖을 보시며 친구가 올 텐데… 와서 기다릴텐데… 연락도 못하고 와서 어쩌지 안절부절 미안해하셨다는 말과 함께. 로버트할아버지는 그렇게 병원에서 두 달 계시다가 그만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장례를 치루고 나서 딸 벨리한테서 “당신은 아버지께 아주 특별한 사람이자 소중한 선물이었다”라고 감사 인사를 전해왔다.

 

5개월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지금도 생생한 에이지컨선의 방문서비스(Age Concern’s AVS(Accredited Visiting Service) 시절 필자의 자원봉사 체험담이다.

 

노년기의 외로움은 최악의 적이다.  외로움은 단지 노인분들만이 겪는 것은 아닐 테지만, 젊은 사람들은 바쁜 일상의 굴레에서 외로움을 느낄 겨를이 없다. 일주일에 한 시간 홀로 외로이 사시는 노인분을 정기적으로 만남으로해서, 그들이 겪는 사회적 고립이나 외로움을 해소시켜드리고 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가도록 참여를 돕는데 그 목적이 있다. 현재 Age Concern Counties Manukau에서는 필자가 한국인 팀장으로 한국 노인분들을 위한 가정 방문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관심있으신 분은 아래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