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의 일과 행복

2012년 4월 11일
글 : 박 용란 (사회복지사)

 

 “우리 집사람 또 일냈어! 집에서 그냥 쉬는 꼴을 못 봐요. 2년전 까페를 정리하면서 이젠 마지막이 될 꺼라고 말했었는데……한 몇 달은 푹 쉬니까 정말 좋더군요. 일하면서 못했던 일들  하나하나씩 해보니 정말 시간 잘 갑디다. 보고싶은 사람 찾아 여행도 다니고 매일 좋은 사람들과 운동도 하고…. 일년 반쯤 지났나? 어느날부턴가 집 사람이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낮에 바쁘게 일하면 밤에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바쁘게 살았던 그 때가 그립다 하던군요. 아이들이 집사람 건강을 우려해서 만류했지만, 엄마가 원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는 오히려 제가 설득을 당했죠. 요즘은 바쁘게 사니 덕분에 잠도 잘 자고, 이 나이에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우리 가게를 찾아와 주시는 많은 손님들로 하루가 즐거우니 그 또한 기쁨이지요. 지금 생각하니 참 잘 했다는 생각뿐이랍니다.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늘 희망 가득찬 30대 청년처럼 활력이 넘치시는 어르신이다. 젊은 사람을 봐도 송구하리만치 꾸뻑 인사와 함께 악수를 청해주시고, 겸손하시기까지 하시다. 이민생활이라는 것이 젊은 사람에게도 녹록치 만은 않다.  문화적 차이, 영어의 부담감 등으로 젊은 사람들도 일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데, 오히려 그 분들은 그 속에 푹 빠져서 도전하고 또 즐기시는 모습이 가히 존경할 만하다.  필자가 이 곳 뉴질랜드에 처음 왔을 때, 한 60세정도로 보이는 아주 고우신 키위할머니가 울 워쓰에서 카운터를 보시는데, 정말 인상적이었다. 한국 같으면 손자손녀랑 노시거나 편안히 집에서 쉬고 계실 나이인데, 어찌하여 그 연세에 일을 하시나 자못 궁금해 하며, 쇼핑할 때마다 그 할머니 보기를 기대했다. 어느날, 할머니와 짧은 대화를 하게 되었는데, 연세는 72세이며, 파트타임으로 일하신지 2년째라며 활짝 웃어주셨다.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할머니같이 일하시는 이곳 노인분들을 많이 볼 수 있었고, 또 많은 노인분들이 자원봉사자로 일하시는 것에 더욱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노년기라도 해도 이처럼 적극적인 사회활동 즉, 좋아하는 일을 하든지, 취미생활을 통해 원하는 것을 배우든지, 사람들과의 건강한 관계속에서 즐거운 시간을 갖고, 배움과 나눔을 통해 성숙하고 발전하는 것. 등등… 이러한 사회활동은 우울증이나 피로감을 줄이고 긍정적인 생활태도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노년기를 보낼 수 있다고 본다.  이는 정신적 충만함으로 병이나 신체쇠약을 물리칠 수 있는 건강한 자신감과 면역력을 증강시켜 더 나이가 들어도 충분히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이 곳에서 한국어르신들이 일을 찾는 것, 이는 우리 한인 공동체 안에서 우리 어르신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 우선되어야 할 문제이기에 이번에는 언급을 피하고, 현 상황에서 가능한 즉, 지역사회에서의 활발한 노인들의 취미, 단체활동에 우리 어르신들도 함께 참여 할 수 있다면, 새로운 문화도 배우고 즐거운 노후를 보낼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이에 다음 호에는 노인들의 친교단체에 대해 소개해 드릴 것을 약속드리며, 다음은 필자가 좋아하는 시 중에 하나인 사무엘 울만의 <청춘> 이라는 시로 끝맺음을 대신할까 합니다.

청춘

 

인생의 어느 기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그것은 장미빛 뺨, 앵두 같은 입술, 하늘거리는 자태가 아니라,
강인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는 열정을 말한다.

 

때로는 이십의 청년보다 육십이 된 사람에게 청춘이 있다.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우리가 늙는 것은 아니다.
이상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