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의 사랑

2012년 3월 14일
박용란 (사회복지사)

 

 “사랑에 빠지기는 쉬우나 사랑하는 사람과 오래도록 함께 하는 것은 정말 특별하다” 지난 2월 14일 ‘발렌타이데이’ 날 신문에 소개된 파리스 부부의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서, 노년기의 건강한 부부 사랑은 무엇일까 다시금 느끼게 된 대목이다.

 

93세의 남편인 해리씨는 86세가 된 글로리아 부인과 60년 넘는 세월을 같이 해 왔다.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 그가 그녀를 보고 첫눈에 반했으며, 뭔가 특별히 끌리는 것이 있었다고 한다.  그 끌림은 현재까지도 그들 부부를 설레게 하는 부분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노부부의 삶을 연결해 주는 끈은 작은 부분 즉, 소홀해 질 수 있는 부분을 챙겨주는 서로에 대한 관심이라고 한다.  이번 발렌타이데이 또한 특별한 계획이 없다고 부인하는 그의 말 속에는, 매년 그랬듯이 특별하고 로맨틱한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담아두고 있다. 그걸 이미 다 알고 있는 그녀는 소녀같은 미소로 그의 옆에서 해맑게 웃고 있었다. 그들의 결혼생활은 6명의 자녀를 잘 양육시켰다고 한다.  16명의 손자 손녀들과 함께 친구같은 할아버지, 할머니로서 음악도 듣고 산책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고 했다.  그들이 오래도록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의 하나는, 신앙의 힘이 컸고, 음주를 가까이 하지 않았으며, 식생활 관리가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한다. 또한 그것이 장수의 비결이라고도 귀띔해 주었다.

아직도 20대의 로맨틱한 사랑에 빠진 글로리아 할머니를 보면서, 우리 한인 사회에도 파리스 부부처럼 행복하게 살아가시는 분들이 많이 계실 거라 생각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사랑하는 감정과 욕구 또는 성적 만족이 줄어 들 것이라는 일반적 편견과는 달리, 노년기의 사랑도 젊었을 때의 정열만큼이나 감정의 설레임을 갖게 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자 혹은 연인과 뜨거운 사랑 나누기를 갈망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굳이 노인의 성을 논하지 않더라도, 노인에게 있어 부부간의 사랑은 쇠퇴해가는 생물학적 과정에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정신 건강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또한 사랑함으로 전두엽의 자극으로 뇌의 노화를 억제하고, 엔도르핀 분비를 가져오며, 몸에 이로운 여러가지 체내물질을 증가시키며 골다공증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만큼 노년에서의 사랑, 그리고 그 힘은 치매를 예방할 수도 있고, 모든 정신적인 문제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한 번에 해결해 줄 수 있는 좋은 치료제인 셈이다.  삶의 활력이며 장수할 수 있는 비결 중의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들어 한국사회에서 황혼 이혼이 이슈화 되고 있다. 이것은 노인의 사랑에 대한 의식의 변화를 반증 해 준다.  남은 여생이라도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사랑하고 또, 사랑받고 싶은 간절함이 아닐까? 상호 의존성이 높아가는 노년기에 서로를 위로하고 도울 수 있는 동반자, 즉, 친구 같은 사랑이 필요하다고 본다.

 

젊은이의 사랑만이 아름답고 긍정적인 것이 아니다. 이제, 노인의 사랑에 대한 의식 전환과 사회적 관심 그리고 그들의 의사결정에 존중이 필요할 때인 것 같다. 홀로 남은 노인 분들 또한 새로운 사랑에 활력을 느끼고, 삶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주위 사람들의 선입견 변화가 필요한 때라 생각된다. 우리 주변에도 파리스부부처럼 행복한 웃음을 가진 분들을 많이 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