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22일
글 : 임 애자 (사회복지사)
학교 생활을 시작한다는 새로운 마음에 내가 암 수술 회복기라는 것도 잊은 채 매일 학교에 남아 강의 시간에 받았던 과제물 등을 읽고 또 읽으면서 이해하려고 나를 혹사시키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며칠 후 수술로 인해 모든 에너지를 다 소비 한 상태이기 때문에 나의 모든 기능은 아직 마취에서 깨어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랄까, 어느 것도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가 없음을 감지하면서 또 다시 고민에 빠져 들기 시작 하였다.
나의 건강을 위해 여기서 그만 두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나의 우려와 조바심이 매일 아침 학교를 가야 되나 안가야 되나를 놓고 싸움하기 시작하였다. 나의 신경은 날카로울 대로 날카로워져 가족 누구도 나에게 말을 걸지 못하였다. 병원에서는 추후 검사를 해야 한다고 왜 그렇게 자주 호출을 하는지 나의 가뿐 숨은 3개월 동안 멈추지를 않았다. 어느 날, 따뜻한 햇볕에 앉아 나를 가만히 들여다 보며 나의 몸이 말하는 얘기를 들었다. “내가 너무 힘들어 너를 이끌어 나가기에…!”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얼마나 눈물이 많이 나는지 혼자서 꺼`억 꺼~억 울어 버렸다. 한 참을 울고 나서 난 종이와 펜을 들고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해야 될 일이 무엇인지 도표를 그려가며 나의 마음을 스스로 검진하기 시작하였다. 나름대로 그려진 도표에서 난 깜짝 놀랬다. 얽히고 얽힌 사선 줄에서 내가 숨을 고르기 위하여 빠져나가야 할 출구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왜 나의 마음이 나를 살려 달라고 애처롭게 아우성인지를 인지하게 되었다. 이 후로 나의 마음에 엄청나게 쌓여진 이 스트레스 덩어리 들을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인지를 또 연구하기 시작 하였다. 나의 습관들 중에 두서 없이 뭔가를 기록하는 버릇이 있음을 발견하고 그 날부터 체계적으로 일기를 쓰기 시작 하였다. 대부분 저녁 시간을 이용해 오늘 한 일, 내일 할일, 그리고 하루 중에 내가 느꼈던 감정들: 슬픔, 기쁨, 좌절감, 긴장감, 두려움, 실망, 기대 등등 많은 감정들을 솔직하게 일기 속에 하나씩 하나씩 적기 시작했더니 어느새 내가 느끼고 있었던 분개감도 많이 사라지고 걱정과 우려도 많이 줄어 들어 하루를 덤벙대지 않고 천천히 지낼 수 있어서 심적으로 참 편안 해 짐을 느끼게 되었다. 일기쓰기를 계속하면서 복잡한 일이 생길 때 마다 일을 조그맣게 나눠서 우선순위부터 일 처리 하는 능력까지 생긴 걸 스스로 감탄 한 적도 있었다. 항상 뭔가를 끄적거리는 나의 습관이 나의 정신적인 짓눌림, 엄청나게 쌓여있던 스트레스 등을 풀어 나가는데 중요한 도구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로 인해 나는 늘 어려운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어떤 습관을 가지고 있는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이 무엇인지를 먼저 찾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이것이 현장에서 얼마나 많이 도움이 되는지 나 스스로도 가끔씩 놀래곤 한다.
발견된 그 습관이나 장점들을 이용하여 얽혀진 실타래를 풀어 나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들 마음속에 쌓여 있었던 것들이 하나씩 없어져 가는 것을 느낄 때 우리의 정신건강은 자연스럽게 예전의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가게 됨을 알게 된다. 요즘도 많은 복잡한 일이 생길 때마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내가 가지고 있는 도구가 무엇일까를 생각하며 나를 먼저 들여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