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적 우울증

2012년 6월 26일
임 애자 (사회복지사)

 

 이렇게 매일 비가 오는 것을 보니 이제 겨울이 점점 깊어지고 있는 것 같다. 이곳으로 이민 온 후 처음 맞았던 겨울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한국의 겨울처럼 완전히 추운 것도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 그 겨울 나기가 힘이 들었는지 그때서야 늘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뼈 속에 바람이 들어 간다는 느낌을 알게 되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그저 전기매트를 틀어 놓고 한 발짝도 나가기 싫어 이불 속에서 웅크리고 있다 보면 하루가 다 가고 밤에는 멀뚱멀뚱 잠이 안 와 뒤척이다 깊은 잠을 못 자는 겨울이 조금은 두렵다. 여기에 자칫 이 생활을 반복하다 보면 겨울이 깊어 가듯이 우리의 마음에도 우울한 마음이 깊어 갈 수 있다. 이렇게 날씨가 추워 지면서 잠은 많이 자지만 피로감이 증대되고 일상생활에 흥미와 활동도 적어지면서 우울한 감정이 앞서고 기력이 저하되는 경우 계절성 우울증으로 진단되는 경우를 임상에서 가끔 본다. 특히 겨울철에 이 계절적 정서 장애가 우리의 생체리듬을 깨고 일상생활을 변화시켜 겨울나기가 점점 힘들어 지는 경우가 많다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치료법을 보면 우리가 쉽게 할 수 있을 수도 있어 그 방법을 소개하려고 한다. 첫째로 햇빛 나는 날은 무조건 밖으로 나와 걷거나 햇볕을 받으며 움직이는 것이다. 겨울철엔 비가 많이 오고 낮의 길이가 짧기 때문에 햇볕을 볼 날이 많이 없다. 그러므로 사람이 어두운 데서 활동하다 보면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신호가 줄어 들기 때문에 멜라토닌 이라는 호르몬이 과잉 생성되어 기분이 저하되고 기력이 약화된다고 한다. 하지만 햇빛이 우리 눈에 들어 오면 시신경이 햇빛의 자극을 뇌로 연결시켜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 분비를 적게 하기 때문에 햇빛에서 운동을 하거나 움직이면 우리의 감정 조절에도 큰 도움을 준다고 한다. 다행히 뉴질랜드의 날씨는 겨울철이라도 정말 자주 변한다. 그러므로 햇빛이 날 때마다 늘 밖으로 나가 운동을 하거나 체조를 하며 몸을 움직여 주는 것이 겨울철 정서장애를 이겨내는 방법이 될 것 같다. 두 번째로는 가족, 친구 그리고 신뢰하는 사람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런 증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약간은 힘들지만 대화를 나누다 보면 기대 이상의 기분전환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과의 만남을 피하고 이야기 하는 것을 꺼리다 보면 항상 나의 문제에만 집중하게 되어 아픔이 더 깊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로 이야기 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같은 문제를 가지고 힘들어 하는 경우를 만나게 되어 서로 경험들을 나누면서 좋아지는 경우를 종종 보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우리는 모두 외롭지 않을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곳으로 이민 와서 고생하지 않은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만은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에 부딪치고 도와 주는 사람 없이 오직 홀로 아니면 가족하고만 힘든 나날을 보낸 경험들이 모두 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어려움 겪고 있다는 것이 크게 부끄러운 일도 아니지 않을까 생각한다. 본인도 역시 버겁고 힘들 때 상담도 받고 암을 이겨내신 분들과 같이 경험들을 나누기도 하였다.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따뜻한 마음과 위로가 나에게는 최고의 치료제가 되기도 하였다.

 

이 이외에도 항 우울제 약물치료와 임상 심리 상담 등을 병행하여 치료 할 수 있지만 현재 가지고 있는 이 우울증상이 깊어지지 않도록 늘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것도 상당히 중요한 치료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본인 스스로 힘들고 지쳐서 일어 날 용기가 나지 않을 때 반드시 전문가에게 진단을 받고 가능하면 빨리 적정한 치료를 받는 것이 최선의 회복을 약속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제 겨울은 시작 되었으니 아침햇살이 나왔을 때 동네 한 바퀴 돌아보는 것은 어떠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