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분노

2014년 5월 24일
글:  김아람 (새움터)

 

세월호 참사의 소식을 들으며 슬픔과 분노, 자괴감과 무기력함 등 만감이 교차하는 것은 분명 저 뿐만은 아닐 것입니다. 이 참사의 뒤에 숨겨진 각종 개인적, 구조적 비리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표출된 추악한 이기심들 그리고 총체적인 사회와 행정 조직 문제들은 많은 이들에게 실망감을 넘어 분노를 일으키기에 충분 합니다.

 

하지만 각종 감정의 표현을 자제하고 내면화 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유교적 사회 문화 안에서 개개인이 느끼고 있는 이 분노가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짜증과 공격성 혹은 무기력함과 체념으로 바뀔까 염려 됩니다.

 

심리학자인 폴 에크먼 박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이면 모두 느끼는 6가지의 기본 감정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의 이론을 따르면 기본 감정외의 나머지 감정들은 분노, 공포, 혐오, 기쁨, 슬픔, 놀람의 기본 감정들이 섞인 복합 감정에서 파생되어져 나온다고 합니다. 또한 각각의 기본 감정들은 고유한 얼굴 표정과 생리적 변화를 일으킨다고 합니다.

 

사실 이 기본 감정들은 무엇 하나 그 자체가 부정적이거나 해로운 것은 없습니다. 다만 어떤 감정이든 너무 강렬하거나 오래 지속되거나 혹은 적당하지 않은 상황이나 방법으로 표출 될 경우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고 병적인 심리상태로 발전 되기도 합니다. 기쁨도 상황에 맞지 않게 계속 지속 되거나 표출 될 경우 문제를 일으 킬 수 있듯이 반대로 상황에 부합하는 그리고 적절한 방법으로 표출되는 분노는 건강한 감정일 수 있습니다. 뜨거운 것을 만진 순간 느껴지는 고통이 몸으로 하여금 더 위험한 상황을 피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 같이 때로 분노는 우리로 하여금 무언가 잘못되고 부당한 상황을 변화 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분노를 이해하고 건강한 방법으로 나타내기보다 단순히 억제하다 보면 그것으로 인해 수면장애가 오기도 하고 식욕과 집중이 저하되며 심지어 알수 없는 이유로 몸 구석구석이 아파 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특징적인 마음의 병들 중의 하나인 홧병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한 개인의 홧병이 분노와 억울함으로 채워진 답답하고 응어리진 마음과 그와 동반된 온갖 생리적 증상이라면 한국 사회가 앓고 있는 홧병은 어떻게 경험되고 느껴지는지 그리고 어떤 결과를 초래 할 지 고민 하게 합니다.

 

분노는 억누르거나 무시하거나 피하기 보다는 조절 하고 이해하고 건강한 방법으로 표출 해야 하는 감정입니다. 이에 대한 방법론적인 내용은 다음에 깊이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그 전에 먼저 이해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때로 우리는 별 것 아닌 일에도 치밀어 오르는 내 속의 분노에 놀라기도 하고 그 순간이 지나가면 그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나온 말과 행동에 후회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그 분노는 단순히 그 상황만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다른 요인들 (음주와 같은 외적인 요인이나 내면의 상처나 낮은 자존감 혹은 우울증 등과 같은) 로 인해 증폭 된 것일 확률이 큽니다.

 

바로 이런 것들을 우리가 이해하고 알아서 효과적으로 분노를 조절하교 표현 할 수 있을때 분노는 더 이상 나와 내 사랑하는 사람들을 아프게 하는 적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고 상황을 변화시켜가는 힘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세월호 사건을 통해서 많은 국민과 사회 공동체가 느끼고 있는 분노 또한 사랑하는 우리 나라가 변화하는 원동력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다시한번 세월호 참사로 인해 고귀한 목숨을 잃은 많은 이들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동료, 친구 혹은 가족을 떠나 보내고 이 땅에 남아 살아가는 생존자들과 그 가족들이 지닌 큰 아픔과 슬픔에도 깊이 공감하고 멀리서나마 그들의 몸과 마음에 온전한 치유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전합니다.